“숲에서의 하룻밤…꿈만 같아요”승가원장애아동시설 ‘숲 체험 캠프’ 현장 |
승가원 장애아동시설 원아들이 지난 8일 도봉숲속마을에서 허브화분을 만들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잎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요.” “시원한 바람이 불어 마음도 날아갈 것 같아요.”
승가원장애아동시설(원장 동옥스님)이 상대적으로 나들이하기 힘든 시설 원아들을 위해 숲 체험 캠프를 마련했다. 색다른 경험으로 오감을 자극해 정서적인 안정과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마련된 이번 캠프는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진행됐다. 이번 숲 체험 캠프는 송석문화재단과 북한산국립공원 도봉사무소의 후원으로 개최됐다.
지난 8일, 오랜만에 시설을 떠난 20명의 원아가 찾은 곳은 북한산 국립공원 내 청소년수련원 도봉숲속마을. 야외 활동에 대한 기대감이 표정에서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수련원에 들어서자 이제 한여름을 앞둔 초록의 숲은 원아들에게 상쾌한 바람과 향기를 선물했다. 알록달록하게 피어있는 꽃들도 어서 오라며 반갑게 맞이했다.
원아들 나만의 화분 만들기 시간 ‘뜨거운 호응’
“내가 심은 상쾌한 허브, 친구들에 자랑할래요”
먼저 ‘자연의 색깔 찾기’를 주제로 숲에 사는 여러 동.식물에 대해 알아보는 코너가 열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배워 숲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 원아들은 시설 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세 조로 나눠 땅과 숲, 물속에 사는 동물과 식물들을 차례로 발표하고 종류별로 묶어보는 게임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 이날 원아들은 나만의 허브화분 만들기 시간에 뜨거운 호응을 보였다. 시설에서 원예활동이 종종 진행되기도 하지만 자신만의 허브화분을 만들어 보기는 처음이었다. 원아들은 원예치료사의 지도에 따라 화분 심기에 앞서 상큼한 향을 뿜어내는 허브를 만지고 냄새를 맡았다. 이어 원하는 색깔의 물감을 골라 화분을 그림으로 꾸민 뒤 흙을 담고 허브 모종을 조심스럽게 옮겨 심었다. 마지막으로 충분히 물을 주고 튼튼하게 자라라는 기도를 하고 기념촬영도 했다.
선천적으로 양팔이 없고 중복장애를 갖고 있는 유태호(10)군은 “처음 만들어 봤는데 잘 키워 요리할 때 넣어 먹고 싶다”면서 “스님과 친구들과 함께 또 심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도교사와 함께 그림을 그린 이진솔(10)양도 “선생님 덕분에 잘 놀았다”며 “내가 만든 화분을 친구들에게 돌아가며 자랑할 것”이라며 미소 지었다. 이어 수련관 실내 체육관에서 바구니 안에 공 넣기, 풍선 배구, 안마하기 등 숲 속 올림픽도 이어졌다. 이튿날 도봉산을 걸으며 새소리와 물소리를 듣고 숲을 온 몸으로 느꼈다.
원장 동옥스님은 “숲 속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원아들이 체험한 활동이 소중한 선물이 됐길 바란다”면서 “아이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야외 활동을 자주 마련해야 겠다”고 밝혔다.
홍다영 기자
[불교신문 2532호/ 6월13일자] 2009-06-10 오후 2:26:17 / 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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