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T.S 엘리어트, 황무지 中) |
뇌병변 중증 장애아동 길소윤 양이 오랜만에 나선 나들이로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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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시인 엘리어트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굳이 노래하지 않았어도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에겐 4월은 가장 잔인하다. 갖가지 봄꽃들이 사방천지서 손짓하며 유혹하지만 혼자 이동하기 어렵고 사회의 편견으로 밖을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방 문턱 넘기조차 버거웠던 장애아동들이 차별이란 장애를 넘어, 육체적인 장애를 넘어 세상 밖으로 나들이를 나섰다. 승가원장애아동시설(원장 동옥) 장애아동 18명이 그랜드코리아레저 후원으로 4월 15일 여의도 윤중로로 봄나들이를 떠났다. 별님실 보련방과 자련방 중증 뇌병변 장애아동들은 잔뜩 기대감에 부푼 탓인지 아침부터 시설을 시끌벅적하게 했다. 이날 자원봉사에 나선 그랜드코리아레저 직원 25명은 대형버스에 휠체어 17개와 보조기구 이너(inner), 도시락과 간식거리를 실었다. 그리고 아이 1명씩 껴 안고 차에 올랐다. 오늘 하루 친구로 인연을 맺은 셈이다.
국회의사당에 도착하자 봉사자들은 휠체어를 보조기구와 조립했다. 휠체어에 아이들을 앉힌 후엔 행여 피부가 상할까 선크림을 정성스레 발랐다. 그리곤 곧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나들이는 여의도 윤중로 벚꽃 길에 들어서자 활기를 띄었다. 아이들은 비록 꽃은 많이 졌지만 봄바람에 하늘거리며 내리는 눈꽃을 보며 즐거운 비명을 연발했다. 쉬는 날을 반납하고 참여한 봉사자들도 덩달아 신이 났는지 떨어진 꽃잎을 모아 아이들과 뿌리며 봉사를 즐겼다. 자비희사(慈悲喜捨). 기쁜 마음으로 베풀면 그 기쁨이 배로 돌아오는 법이다.
친 아빠처럼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장난치던 고객만족팀 박근성 대리는 “봉사라고 나왔지만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고 있으니 오히려 내가 즐겁다”며 “앞으로 기회가 닿는 대로 봉사에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의도 선착장. 꽃으로 단장한 유람선이 다가오자 아이들은 놀람과 흥분을 그대로 표출했다. “꺅.” 환호의 외마디 비명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타보는 유람선은 말 그대로 호기심 천국이었다. 봉사자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읽었는지 유람선 곳곳을 휠체어를 끌고 다녔으며 아이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홍보팀 이선영 대리는 “그랜드코리아레저는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로 승가원에 함께 봉사를 나온 후 지속적으로 마술, 비보이 공연 등 아이들에게 문화행사를 후원하고 있다”며 “봉사에 참여했다가 아이들과 결연을 맺고 후원하는 직원들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날 신이 난 아이들의 표정과 봉사자들의 미소는 화창했던 날씨만큼이나 눈부셨다.
한편 그랜드코리아레저는 독거노인 가사지원, 서울노인복지센터 배식 및 급식, 결혼이민자가정 아동 돌봄 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946호 [200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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