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의 사랑 in 승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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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3,097회
작성일 : 11-07-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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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승가원에서 자원봉사를 마치고 그 소감을 짧게 적어본다.
비가 무던히도 오던 7월 11일, 승가원에서의 자원봉사가 시작되었다. 예전에 승가원의 천사들이란 다큐멘터리를 보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오늘은 어떤 천사들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승가원으로 향하였다.
승가원의 아이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오후 세시반 정도에 돌아오기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때까지 우리의 중요 임무는 아이들이 항상 사용하는 전용 의자와 방 바닥 청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아이들과 아이들이 지내는 곳의 청결일 텐데, 승가원에서는 매일매일 청소를 하며 아이들이 보다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청소를 하다보니 어느덧 아이들이 스쿨 버스를 타고 승가원으로 돌아왔다. 3일간 봉사하며 내린 결론인데, 승가원에서 가장 바쁘고, 긴장되고, 정신없는 시간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씻는 시간인 듯 하다. 아이들을 차례대로 목욕시키고, 옷을 입혀주고, 의자에 앉히고 머리를 말려주는 단계가 신속하고도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매일매일 이 과정을 거쳐 아이들을 깨끗하게 씻어주려면 선생님들이 참 수고가 많으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3일하고도 온 몸이 뻐근하다고 엄살 부리는 내 자신을 보면서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
어느 정도 아이들이 정비가 되니, 금방 식사시간이 돌아왔다. 내가 봉사했던 생활실은 장애정도가 중한 아이들이 많아 밥을 떠먹여주어야 하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내가 옆에서 그 아이들에게 한 입씩 한입씩 밥을 떠먹여 주고, 물도 먹여주고, 이도 닦아주고 하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손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에 보람도 느꼈고, 미약하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그들의 손을 잡아 줄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이 나에게 내밀 수 있는 손을 허락하신 것에 항상 감사하며......
승가원에 오기 전에는 중증 장애 아동과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큰 착오였음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들과 내가 의사소통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이 언어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눈빛과 미소를 교환하는 것, 온기를 나누는 것, 안아주는 것으로도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었고, 아이들도 우리의 언어를 이해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내 편견으로 장애 아동 들을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아이들의 한없이 맑고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며 생각했다.
3일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아이들과 작별인사를 나누며 승가원을 뒤로한 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생각하고 또 다짐했다. 3일간 승가원의 천사들과 나눈 그 사랑이 3일간의 사랑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르지 않는 샘물 처럼 계속 이어져 나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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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둘째 주 승가원....
처음 승가원 봉사활동 후기를 부탁받았을 때 제일 먼저 머릿속에 그려진 그림은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담은 사진 몇 장과 그 밑에 양념처럼 들어간 짧은 코멘트들이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있는 중간에 사진을 좀 찍으려 했는데 선생님들의 정중한 부탁 말씀에 사진은 찍지 못했다. 승가원 아이들도 인격체이므로 초상권이 있기 때문에 사진촬영은 사무실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이었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과 함께 이러한 사소한 배려를 생각하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이렇게 승가원 봉사활동은 TV 등을 통해 멀리서 바라만 보았던 아이들을 직접 상대하면서 부대끼는 과정을 통해 오해나 선입견을 가졌거나 간과했던 점들을 돌이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그 시작은 첫날 오리엔테이션 때부터였다. 승가원이라는 이름으로 보아 오리엔테이션은 인상 좋으신 노스님께서 진행하실 줄 알았는데 막상 승가원 2층 강당에 도착하니 머리 숱 많고 젊은 팀장님께서 우리를 반겨주셨다. 팀장님께서는 점심시간 전까지 승가원에 대한 소개 및 관련 상식이나 주의사항 등을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본격적인 봉사활동은 점심식사 후에 시작되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에 가 있는 시간이어서 승가원에 남아있는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이 주어졌다. 남녀 봉사자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일을 하게 되었는데 운이 좋은 건지 남자팀은 유명인사인 태호와 성일이를 실제로 만나 같이 놀 기회가 생겼다.
씩씩한 태호와 얌전한 성일이가 나왔다던 다큐를 직접 보진 않았지만 주위 사람들의 전언을 통해 그 명성을 익히 들어왔는데 실제로 보니 명불허전이었다. 첫 대면에서 어떻게 어색함을 풀고 친한 사이가 될 수 있을지 잠깐 고민했는데 태호는 마치 오래된 형들을 대하듯 친근하게 우리를 대해주었다. 이런 관계 맺음은 오히려 태호랑 성일이가 우리보다 익숙해진 탓인지도 모르겠다.
태호는 MP3를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우리가 도착하니 카드 게임을 하자고 했다. 태호의 설명에 따라 팀을 나누고 게임을 했는데 예전에 해 보았던 카드 게임과 큰 틀에서는 비슷했지만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 아무튼 중요한 건 태호의 말이 법이고 경기의 결과는 태호네 팀이 이기게 되는 대충 그런 식이었다. 태호가 게임의 주도권을 잡고 좌중을 휘어잡자 소극적인 성일이는 잠시 게임에서 흥미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였는데 태호네 팀에 성일이를 넣고 성일이에게 카드 선택권을 주는 등의 노력을 통해 성일이도 게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니 성일이도 좋아했다.
이렇게 아이들과 시간가는 줄 모르게 카드게임에 빠져 있는데 선생님께서 태호에게 숙제는 했냐는 둥 자꾸 이것저것 신경을 써 주셨다. 승가원에서는 아이들이 즐겁게 노는 것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을 충실히 하면서 지덕체의 전인적인 인격체로 성장하도록 공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좀 더 놀아주고 싶었지만 태호와 성일이의 학습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우리는 청소를 하면서 다른 일들이 주어지기를 기다렸다.
3시쯤 되자 학교 갔던 아이들이 돌아왔다. 이때부터가 승가원에서 가장 아드레날린 수치가 높아진 다이내믹한 시간이었다. 진상이를 필두로 영탄이 수민이 패거리가 달님방에 들어오자 우리 팀과 아이들 사이에 눈빛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신경전이 시작되었다. 낯선 상대를 만난 맹수들의 기싸움 비슷한 그런 거. 혈기왕성한 아이들은 사소한 도발에 전력을 다해 응전해 주었다. 방어를 모르는 아이들은 전략이나 전술은 안중에 없이 공격에 공격을 감행했다. 그래서 처음에 우월한 체격과 체력을 자랑하던 우리 팀은 어느새 아이들을 피해 달아나기 바빴다. 나도 진상이를 피해 그 좁은 방을 100 바퀴도 넘게 돌다가 결국 문 밖으로 뛰쳐나가고 말았다.
진상이와 문을 사이에 두고 힘 대결이 계속되었는데 문틈에 손이 끼지는 않을까 조심스러웠다. 나중에 있은 평가 시간에 그 점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원래 손 끼임 방지 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동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음을 우리가 몰랐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그리고 장신 고참 수민이가 선풍기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려고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사고방지를 위해 보호망 설치를 건의한 건 팀장님께 칭찬을 받기도 했다.
아무튼 진상이한테 몇 대 맞아주고 불안한 휴전이 성립되었다. 이후 팔씨름과 묵찌빠로 건전하게 놀면서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 씻기는 일이 시작되었다. 이 일도 한바탕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나마 운동능력이 뛰어난 달님방 아이들 씻기는 일이 훨씬 수월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더운 여름에 뜨거운 물로 아이들을 씻기는 선생님들의 온몸에 땀과 물을 뒤집어 쓴 모습을 보니 존경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씻기고 잠시 휴식과 정비하는 시간을 보낸 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천방지축으로 뛰어놀던 아이들이 신기하게도 밥상 앞에서는 순한 양이 되었다. 승가원의 자유로우면서도 엄한 가르침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의젓하고 착한 아이 몇몇은 저녁 식사 준비를 도와주기도 했다. 여기 아이들은 참 밝고 명랑하고 착하다. 딱 한 아이만 빼고.
그를 만난 건 별님방에 배정받은 봉사활동 둘째 날이었다. 오전엔 그저 평범한 승가원의 일상이었다. 화장실 청소하고 빨래 정리를 한 다음 점심시간까지는 무난했다. 3시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 다가오자 미니버스를 타고 승가원 밖을 나가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약간의 조름과 지루함을 느낄만한 시간이었는데 마침 밖으로 나가게 될 기회가 오자 마냥 기뻤다. 미니버스를 타고 장장 1분여의 이동 끝에 다다른 곳은 승가원 바로 앞에 있는 개운사 앞마당이었다. 아침에 출근할 때도 보았던 그곳에서 대형 버스에 대기하고 있는 아이들을 환승시키는 일이 주어졌다. 다행히 아이들은 가벼웠다.
그 아이들 중 하얀 얼굴에 유난히 환히 웃고 마른 아이가 있었다. 환희는 웃고 있을 땐 그저 살인미소를 가진 천사가 따로 없었다. 사람을 보면 먼저 손을 내밀고, 그 손을 잡으면 끌어당기는 환희는 일견 누구나 좋아할만한 아이였다. 그러나 그 미소 속에는 가시가 숨겨져 있었으니 그는 낚시 신공의 대가였다. 환희의 눈이 다른 곳을 바라보는 듯해서 환희가 바라보는 쪽을 같이 바라보려 방심한 사이 그 틈을 노리지 않고 할퀴고 꼬집고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고 심지어 물어뜯기도 했다. 다행히 하체가 약해 도망자를 추격하지는 못했다. 달님방 진상이와의 대결이 궁금해지는 폭군이었다. 폭력과 장난을 좋아하는 항상 기분이 UP되어 있는 환희도 식사가 준비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얌전해졌다. 역시 승가원 선생님들은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영웅은 난세에 태어나듯이 승가원 선생님들의 진면목은 위기의 순간 알아볼 수 있었다. 승가원에는 초등학생이지만 아직 대소변을 잘 가리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아이들의 기저귀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가 느껴지면 봉사자나 선생님뿐 아니라 당사자까지 무안해지는 상황이 만들어지는데 그 상황에서 선생님들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말끔하게 상황을 수습해 주셨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이 글도 뒷말을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수습이 곤란해졌는데 승가원 선생님들이 도와주시면 금방 수습이 될 듯하다.
어쨌든 승가원은 존경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이 우글거리는 곳이다. 인간의 뇌는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고 TV 화면이나 사진 또는 글은 현실을 미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승가원의 일상에는 머리만 가지고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어려움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마냥 밝기만 하다. 아이들이 너무 밝아서 신기할 정도다. 이런 아이들이 있어서 승가원 선생님들은 어려운 여건에서도 힘을 내시는 것 같다. 우리 같은 봉사자들은 그저 거들 뿐이므로, 승가원은 그들만의 천국이 아닌 그들 중심의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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