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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마을 방문기 -이광근 자원봉사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 희망지기
조회 : 2,443회
작성일 : 10-01-05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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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연마을 방문기

이광근

벌써 내가 봉사활동을 시작한지도 3년하고도 몇 개월이 더 지났다. 그리 짧지 않은 이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새로운 만남도 있었고, 가슴 아픈 이별도 있었다. 이미 성인이 되어버린 아이들은 성인 시설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내가 봉사활동을 하는 동안 성인이 된 아이들은 모두 김포에 있는 ‘가연마을’이라는 곳으로 가게 되었다. 입대하기 전 홍관표 봉사자님 덕분에 나도 가연마을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 곳에서 그리 오랜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정말로 뜻 깊은 시간이었다. 그동안 만나지 못한 상원, 형길, 선영, 기남, 이슬이를 모두 만날 수 있었다.
 다들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모습 그대로였다. 특히 상원이형은 거의 2년 만에 만나게 되었는데, 마치 어제 봤던 것처럼 낯설지가 않았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전혀 낯선 느낌이 없었다. 처음으로 만난 아이는 기남이었는데, 웬일인지 나를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기남이가 그러는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내가 햇님실에는 그리 자주 들어가지를 않아서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남이가 간식을 먹고 나니까 나에게 굉장히 호의적으로 대해 주는 것이었다.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배가 고파서 그런 것이었다니…. 그래도 나를 반갑게 맞아주니 정말로 기뻤다. 다음으로 만난 것은 상원이 형이었다. 내가 고등학교 때 성인 시설로 가게 되서 정말로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얼굴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 사이 살도 더 찌고, 키도 더 커졌다. 내가 승가원에서 처음 봤을 때는, 나보다 형이라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았는데, 막상 여기와서 보니 정말로 성인 티가 물씬 풍겼다. 다행히도 기분이 좋았는지, 나를 보고 계속 웃어주었다.
 사진도 같이 찍었는데, 너무 움직이는 바람에 몇 장 건지지 못했다. 바로 옆방에 선영이도 있었다. 편하게 누워서 TV 시청 중이었다. 내가 가까이 가서 이름을 불러주니까 환하게 웃어주었다. 마치 날 알아본다는 듯이, 선영이는 정말 하나도 변하지 않아 보였다. 내가 쭉 봐왔던 그 모습 그대로였다.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침대에 누워있어서 같이 찍지는 못했다. 이슬이와 형길이는 같은 방에 있었다. 나와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슬이는 나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헤어진 지 꽤나 오래된 형길이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슬이를 보면서 약간은 서운했지만, 그래도 다시 만나서 정말로 기뻤다. 승가원에 있을 때보다 조금 더 통통해진 거 같았는데, 다들 그만큼 잘 지내고 있다는 것 같아서 너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이광근자원봉사자와
<형길이와 광근이의 반가운 모습^^>
처음에 한두 명씩 성인 시설로 가는걸 보면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기도 했다. 오랜 시간을 같이 지내면서 정도 많이 쌓였는데, 막상 떠나니까 허전하고 아쉬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떠나는 아이가 하나씩 늘면서 조금씩 아이들을 보낸다는 것에 대해서 무뎌졌다. 때가 되었으니 가는 것이니까 좋게 보내주자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다시 만나니까 너무나 반가웠고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다행스러웠다.
 새로운 시설에 적응 못하고, 또 새로 들어왔다고 다른 아이들이 괴롭히지는 않을지, 가는 내내 걱정을 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참을 못 보겠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지금처럼 웃으면서 잘 지내주기를 바란다. 그래야 다음에 만나서 나도 같이 웃어줄 수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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