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에서 또 다른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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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0-1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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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언론학부) 보도사진학회
10학번 김도향
매일 학교에서 기숙사를 오가는 길에 지나쳤던, 하지만 제대로 눈길조차 몇 번 준 적이 없었던 곳, 승가원. TV에서 몇 번 방영되었다는 소리를 언뜻 듣기는 했지만 그 승가원이 내가 매일 지나다니던 그 곳이라는 것을 안 것은 채 몇 달이 되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여기가 어떤 곳인지, 어떤 아이들이 있는 곳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우연한 기회에 어제 선배들 그리고 동기들과 함께 이곳을 찾게 되었다.
승가원 아이들이 TV에 나오는 모습, 심지어는 사진조차도 보지 못했던 나는 승가원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태였다. 내가 알고 있던 것은 그저 몸이 조금 불편한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곳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설레고도 떨리는 마음으로 선배와 함께 승가원 안으로 발을 디뎠을 때, 그리고 그 곳에 앉아 있던 아이들의 모습을 처음으로 봤을 때 나는 움찔했다. 그리고 두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하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너무나도 밝고 예쁘다는 생각,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이 아이들을 도와주러 온 나의 마음가짐이 너무 가벼웠다는 생각이었다.
단순히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생각만으로 아이들을 만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과 만나 이름을 묻고, 친해지고, 이곳저곳으로 놀러 다니고 함께 사진을 찍으며 아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동안에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성심성의껏 도와줘야 한다고 느꼈다. 그저 놀러 온 것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러 왔던 것이 미안해질 만큼 아이들은 해맑았고 밝게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많은 아이들 중 민희라는 아이를 맡게 되었다. 서로 처음 만났을 뿐 아니라 아이들과 같이 어울려 지낸 경험이 별로 없던 나라서 처음에는 민희에게 어색하게만 대하고 말도 잘 못 걸었지만, 하루종일 손을 잡고 창덕궁을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다 보니 어느새 나를 ‘언니’라고 부르며 따라오는 민희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나 또한 매 순간 민희를 챙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가 없는 민희의 밝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안심이 되었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며 시간이 흐를수록 민희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나보다도 카메라를 더 잘 만지고 심지어는 열성적으로 셀카(?)까지 찍는 민희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를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미리 승가원 선생님의 지도를 받아서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 때문에 힘든 것을 느끼거나 했던 적은 거의 없었을 만큼 아이들은 우리를 잘 따랐고, 별다른 고생을 하지도 않았으며 다른 아이들보다 더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을 딱히 느끼지 못하고 우리 모두가 함께 즐거운 소풍을 다녀왔다.
다른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웃고, 장난치고, 가끔은 모난 행동을 해서 옆의 친구에게 상처 아닌 상처를 주고, 그리고 또 화해하고 싱글싱글 웃는 승가원 아이들의 예쁜 모습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카메라에 담고 싶어 쉴 새 없이 셔터를 눌러댔던 하루였다. 단순히 사진전에 전시할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승가원 아이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고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돌아와, 그 날 저녁 하루를 회상하면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또 한 번 더 아이들에게 찾아갈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 때는 승가원 아이들이 진심 가득 담긴 함박웃음을 짓고 있는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만큼 아이들과 더욱더 가까워지고, 내가 아이들에게 더욱더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사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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