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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보신문에도 나왔습니다. 승가원장애아동들이....
작성일
2008-01-16 19:54
눈꽃 핀 설원서 ‘장애’를 넘다
승가원장애아동시설 스키캠프 현장
기사등록일 [2008년 01월 14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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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홉 살인 세련이. 웃는 모습이 예쁜 이 작은 소녀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통에 사회복지법인 승가원 승가원장애아동시설(원장 동옥)에서 지내고 있다. 같이 생활하는 친구들보다 인지도가 높은 까닭에 일반 초등학교 특수학급에서 교육을 받는다. 곧잘 웃고 곧잘 예쁜 행동을 해 시설을 찾는 봉사자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시샘을 사기도 한다. 아랑곳 않는 새침데기 세련이가 오랜만에 함박웃음을 보였다. 난생처음 스키장이란 곳을 왔더랬다. 하얀 눈을 유난히 좋아하는 세련이. 천지가 모두 눈으로 하얗게 뒤덮인 풍경을 보자 즐거운 비명을 터트렸다.

승가원장애아동시설 장애아동 20명이 미래에셋 박현주 재단 후원으로 지난 1월 9일 포천 베어스캠프 스키장을 찾았다. 아이들은 사람의 46개 염색체 가운데 21번 염색체 수가 1개 더 많아서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 지능지수가 낮아 지적장애를 보인다. 또 시력이 안 좋고 발육도 안 돼 신체적 기능은 일반 아이들보다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스키장을 찾는다고 했을 때 후원 기업 관계자들이 스키도 탈 수 있냐고 되레 반문했을 정도다. 허나 성격은 대체로 활발하고 온순하며,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여느 또래 아이들 못지않다.
 
생애 첫 스키…웃음꽃 만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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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들은 올해 통 눈 구경을 못했다. 그 까닭에 포천 베어스타운에 도착하자마자 자원봉사자, 생활지도교사와 맞잡은 손을 흔들며 깡충깡충 뛰기 시작했다. 설레는 마음은 도무지 숨길 수도 꾸밀 수도 없는 모양이다. 생전 처음 입는 스키복과 처음 신어보는 부츠, 장갑 등은 만져보기 바쁘다.
스키폴을 쥔 아이들은 긴 나무막대기를 잡은 양 바닥을 연신 두드려보고 공중에 휘휘 저어본다. 그럴 때마다 옆 친구들이 다칠세라 직원들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신난 아이들 덕분에(?) 자원봉사자와 생활지도교사들의 손길이 더 부산하다. 장갑부터 헬멧까지 아이들이 스키 장비를 모두 갖추는데 정성을 쏟았다. 그리고 눈 표면에 반사되는 자외선에 여린 피부가 상할까 얼굴 구석구석 자외선차단제를 발랐다. 하얀 스키장에 들어서기 전, 마지막으로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과 두근두근 뛰는 가슴을 챙겼다. 자원봉사자들과 생활지도교사들은 오랜만에 들뜬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행여 다치지 않을까하는 걱정부터 챙겼다.
뒤뚱뒤뚱 걸어 스키장에 아장아장 첫발을 내딛은 아이들. 스키캠프 막내인 세련이부터 열아홉 살 고기남까지 하얀 눈밭에 눈과 마음을 뺏겨 버렸다. 앞을 쌩쌩 지나가는 언니, 누나, 오빠, 형들에게 한참이나 부러운 눈길을 보냈다. 곧 시작된 스키 강습 선생님의 설명. 어서 빨리 스키를 타고 싶은 아이들은 이내 설명에 푹 빠졌다. 세련이는 선생님의 한마디 한마디와 동작을 따라하느라 춤추듯 온몸을 비틀어댔다. 혼자 연습 삼매에 빠진 세련이는 잘 안되면 울상을 짓다가도 그만 웃음을 터트리기도 수차례. 선생님은 산만한 아이들의 수업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을 계속했다. 아이들은 부츠를 스키에 부착하는 법, 폴 잡는 법, 서 있는 법부터 배웠다.
“스키는 항상 부츠에 묻은 눈을 털고 난 후 꼭 오른쪽부터 신고, 넘어질 때는 옆으로….”
이윽고 선생님이 낮은 경사에서 한 명씩 스키를 태우기 시작했다. 몇몇 아이들은 조금 앞으로 나가다 넘어지기 일쑤다. “선생님이 있는 곳까지 내려오세요. 자.” 머뭇거리던 한 아이의 대답이 스키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오빠가 올라와.”
불쑥 탄성이 튀어 나왔다. “와아~.” 친구 하나가 스르륵 눈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져 나갔던 것이다. 박수를 치던 아이들이 서로 먼저 타겠다며 아우성이다. 하나 둘 눈 위를 미끄러져 나갔다. 하얀 바람이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차갑지만 싫지 않았다. 자원봉사자들과 생활지도교사, 친구들이 빠르게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장애’라는 세연도 잠시 잊어 버렸다. 몸과 마음, 정신을 두 발에 싣고 바람을 갈랐다. 세상이 덤으로 준 ‘장애’라는 곱지 않은 시선과 편견도 갈랐다. 쾌괘감에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자유? 무엇을 느끼고 봤을까. 아이들은 붉게 상기된 얼굴에 일렁이는 환한 표정으로 답하고 있었다.
겁에 질려 더러 우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엄마, 무서워. 으아앙~.” 자원봉사자들과 생활지도교사들이 분주해졌다. 언제 경험해볼지 모르는 스키를 무섭다고 꼼짝 않는 아이들을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 손을 잡고 눈비탈을 오르내려왔다. 수없이 넘어지면서 뭐가 그리 신나는지 아이들은 다시 올라가서 내려오자며 떼를 쓴다. 도통 눈을 못 본 올 겨울에 분풀이라도 할 기세다. 덩달아 신이 난 스키 강습 선생님이 아이들을 한명씩 껴안았다. 리프트를 타고 저 높은 곳에서 아이들을 안고 눈비탈을 가로 지르며 내려왔다.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하고도 아이들은 연신 방긋거렸다.
“무서워. 응? 재미있어. 스키? 몰라. 무섭지만 좋아.” 어땠냐는 질문 세례에 세련이가 간단명료한 답을 내놓았다.
 
눈비탈 쾌감 질주…눈싸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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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스키를 다 타자 금세 눈밭에 허리를 숙이고 앉았다. 밝고 명랑하지만 산만하고 장난꾸러기인 개구쟁이들. 조용하다 싶어 들여다보니 손이 가만있질 않는다. 금세 눈을 모으더니 자원봉사자와 생활지도교사에게 뿌리며 장난을 건다. 소동이 일어났다. 여기저기서 뿌려대는 눈가루에 실린 웃음소리가 이곳저곳으로 흩날렸다. 아이들과 함께 스키장에 따라나선 자원봉사자와 생활지도교사도 이내 눈싸움에 흠뻑 빠졌다.
자원봉사자 황소정(22·한양여대 아동복지과) 씨는 “처음엔 아이들이 스키장에서 다치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다”며 “스키를 타면서 넘어지는데도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보람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날 저녁, 숙소로 돌아 온 세련이. 피곤한 하루였다. 몸살을 걱정하는 자원봉사자와 생활지도교사의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눈꺼풀을 찾아 온 잠이 그렇게 무거운 모양이다. 친구들의 떠드는 소리가 아득해진다. 꿈에선 눈비탈을 쌩쌩 달리고 있을까. 아니면 아빠, 엄마 손을 잡고 소풍이라도 나왔을까. 스키폴을 잡았던 고사리 손이 이불을 꼭 움켜쥔다. 놓고 싶지 않은 듯 이불자락을 부여잡은 손이 절절하다. 그리고 잠든 얼굴에 잠시 미소가 일렁인다.
스키장의 밤은 야간스키를 즐기는 이들과 스키장을 비추는 불빛들로 깊어만 갔다. 아이들을 위한 하늘은 남아있을까. 밤하늘의 별빛과 달빛이 아이들 콧등에 내려앉았다.
포천=최호승 기자 sshoutoo@beopbo.com
※알림-2008 무자년 새해 연재 ‘日日是好日’ 휘호는 조계종 월서 대종사의 친필입니다.

933호 [2008-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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