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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농체험 캠프에서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는 자원봉사자 한명호 씨와 지적장애아동 민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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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비장애를 구분하는 편견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이 벽을 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온전히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 정을 나누는 것이다.
KBS 방송 프로그램 ‘사랑의가족’이 주최하고 서울우유(조합장 조흥원)가 후원한 낙농체험캠프에서 승가원장애아동시설(원장 동옥)의 지적·지체장애아동 32명과 짝을 지어 1박 2일을 함께 보낸 서울우유 임직원 32명은 이를 몸소 체험하고 느꼈다.
“의사소통은 잘 될까?”, “몸이 불편한 아이면 어떡하나?”, “혹시 내가 서툴러서 짝이 된 장애아동을 불편하게 하진 않을지…” 캠프 첫날인 17일 아침까지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무수한 고민들은 아이들의 밝은 웃음과 팔을 벌려 안겨오는 애교에 한순간 녹아 없어졌다.
낙농체험을 위해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모산목장으로 가는 버스 안은 오랜만의 외출에 한껏 들뜬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이틀 간 엄마, 아빠 혹은 형·누나, 언니·오빠가 되어 줄 짝과의 이야기 소리로 시끌벅쩍 했다. 불과 1시간 가량의 이동시간이 지나고 버스에서 내려 목장으로 들어설 때에는 이미 친해져 그저 눈을 마주치고 웃기 바쁘다.
소 젖을 짜고 송아지에게 우유를 먹이는 체험 시간. 지적장애아동 소정이(12)는 태어나 처음으로 직접 본 소를 보고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이다.
“소정아, 하나도 안 무서워. 언니도 하는데 안 할꺼야?” 소정이의 짝 이가람(26)씨가 앞장서 시범을 보이고 다정하게 격려하자 뒤에 숨어 상황을 살피던 소정이가 소에 다가선다.
두 눈 질끈 감고 목장 관리자 할아버지의 구령에 맞춰 손에 힘을 준다. 하얀 우유 줄기가 힘차게 뻗어 나오는 순간 아이들의 감탄사가 곳곳에서 터졌고, 임무를 무사히 마친 소정이는 으쓱해진 표정으로 가람 씨에게 안겼다. 이어 송아지 젖먹이기, 치즈 만들기, 아이스크림 만들기 등 재미난 일이 가득했던 목장에서의 프로그램이 끝나고 아이들과 서울우유 직원들은 숙소인 유일레저로 향했다. 오전에는 선생님들의 지도와 도움으로 힘겹게 지체장애아동 상규(12)를 휠체어에 태웠던 박준성(32)씨도 이제 한결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상규를 번쩍 안아 들었고, 상규도 편안한 모습으로 형의 목에 팔을 감았다.
저녁을 배부르게 먹은 후 강당에서는 노래방 기계를 이용한 장기자랑이 시작됐다.
“노래만 나오면 아이들이 신이 나서 춤을 추기 시작해 나중에는 오히려 말려야 한다”는 동옥 스님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짝의 품에 얌전히 안겨 있던 아이들이 일제히 무대를 장악하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어안이 벙벙해진 짝을 끌어당기며 마음껏 즐기는 아이들 덕에 강당은 2시간 내내 웃음바다가 됐다.
“이틀 함께 지냈을 뿐인데 아이들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게 이제 눈에 전혀 보이지 않네요. 순수해서 그런지 오히려 다른 아이들보다 끼가 넘치고 의사표현도 분명한 것 같아요. 그 동안 장애와 비장애의 차이를 마음에 담아 두고 살아 온 내 자신이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캠프에 참가한 봉사자들의 일관된 소감이다.
이틀간의 일정을 마치고 헤어지는 시간이 다가오자 이가람 씨는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다.
“어제 저녁 제가 다른 아이와 논 것 때문에 소정이가 토라졌었어요. 금방 풀리긴 했지만 그동안 수많은 봉사자들을 맞이하고 떠나보냈던 소정이의 상처를 엿본 것 같아 가슴이 아팠습니다. 앞으로도 승가원장애아동시설을 찾아 소정이와 시간을 보낼 생각입니다. 사실 밝고 순수한 소정이에게 제가 정이 더 많이 들어버렸네요.”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이틀 간의 일정으로 피곤해진 아이들을 승가원장애아동시설에 데려다주고 돌아선 서울우유 봉사자들의 입가에는 아이들에게 배운 해맑은 미소가 번져있었다.
서울우유는 이번 캠프를 시작으로 승가원장애아동시설과 결연을 유지해 지속적인 봉사를 펼칠 것은 물론, 앞으로 회사 차원에서 봉사조직을 구성해 기업의 사회 공헌에 앞장설 방침이다.
954호 [2008-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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