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승가원장애아동시설 스키캠프 |
“처음 타보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각 계절마다 제격인 스포츠가 있다. 이 가운데 겨울철 대표 스포츠로는 스키를 들 수 있다. 이미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스키나 보드 마니아가 폭넓게 존재할 정도로 많이 대중화됐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아동에게는 한번 경험해보기도 힘든 겨울스포츠다. 승가원장애아동시설(원장 동옥스님)은 지난 9일과 10일 포천 베어스타운에서 스키캠프를 열었다. 아이들은 수십차례 눈밭에 넘어지면서도 처음타는 스키 재미에 푹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러분, 조금 전에 밥 많이 먹었죠. 이제 출발할테니 있는 힘껏 폴을 잡은 두 팔을 뒤로 밀어보세요.” 스키 강사의 출발신호에 “예”라고 크게 답한 승가원장애아동시설 원생들은 몸을 하나 둘 움직였다. “엄마, 안가요.” “와, 나간다. 나가.” “무서워.” 출발 신호 뒤 원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무서워서 출발조차 못하는 원생에서부터 출발하려고 하지만 힘과 기술, 용기가 부족해 출발 자체가 안되는 원생, 제법 자세까지 나오는 원생까지 다양했다.
스키 강사와 자원봉사자들은 아직 출발을 하지 못한 원생들에게 다가가 격려의 말로 힘을 실어주며 움직일 수 있도록 천천히 밀어줬다. “엄마가 뒤에 있으니깐 걱정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보세요.” 원생들은 스키 초보 가운데 왕초보이다 보니 스키를 탄 지 얼마되지 않아 곧 엉켰다. 하지만 싸우거나 우는 아이는 하나도 없었다. 수십차례에 걸쳐 넘어져도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사진> 지난 9일 포천 베어스타운에서 열린 승가원장애아동시설 스키캠프에서 스키를 타던 원생이 넘어져서도 웃으며 즐거움을 표했다.
불과 몇분전까지 스키부츠와 헬멧을 벗겠다고 때를 쓰던 아이들도 내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눈을 재치고 앞으로 나갔다. 원생들의 얼굴에는 어느 듯 함박웃음으로 가득찼다. 원생들은 평소 야외에 나오는 것 자체도 좋아하지만 처음 타보는 스키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왕초보 원생들 대자연서 ‘함박웃음’
눈밭에 뒹굴며 동심세계에 푹 빠져
이번 스키타기의 하이라이트는 스키 강사의 도움을 통한 긴 슬로프타고 내려오기. 일반인도 초보의 경우에는 곧바로 슬로프를 타기 어려운 만큼 스키 강사들이 나서 원생들과 1대1로 스키를 태워 슬로프를 내려왔다. 아이들은 속도감에 놀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려와서는 또 다시 타고 싶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에겐 색다른 경험이었다.
박승태(15세)군은 “스키가 너무 재미있어요. 다음에 또 타고 싶어요”라며 환호했다. 박창수(15세)양은 양팔을 크게 벌리며 “이만큼 재미있어요”라며 만족감을 표했다.
매주 주말마다 승가원장애아동시설에서 자원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광근(20세)군은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 옆에서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기쁘다”고 말했다. 원생들은 어느 정도 스키를 타고 나자 눈싸움을 즐기며 눈밭을 뛰어다녔다.
이날 승가원장애아동시설 스키캠프에는 다운증후군과 지적장애아동 20명과 대학생과 고교생 자원봉사자 10명, 시설 종사자 7명 등 37명이 동참했다. 이번 스키캠프는 미래에셋 박현주재단의 ‘장애아동.청소년 테마캠프 신청사업’에 선정되어 후원을 받아 열리게 됐다.
포천=박인탁 기자
[불교신문 2393호/ 1월16일자] 2008-01-12 오전 10:42:37 / 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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