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동안의 세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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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 1,948회
작성일 : 10-12-3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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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한강 유람선타기’ 로 시작해서 1박 2일 통영으로 떠나기, 직접 쇼핑하기-
그리고 마지막 프로그램 놀이공원가기로 ‘세상속으로’ 프로그램이 막을 내렸다.
<사진설명: 한혜미학생과 김효섭아동이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
처음 학교에서 승가원 아이들에게 문화체험을 도와주겠다며 함께할 봉사자를 선발한다는 ‘세상속으로’ 프로그램을 봤을 때가 떠오른다. 아이들을 세상속으로 끌어주기 위해 기획했다는 프로그램. 그때 난 바쁜 일상 속에서도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던 중이었고 혹 이 프로그램이 그것을 변화시켜주지 않을까해서 신청했고- 선발되었다. 지난날들을 떠올려본다. 의욕에 앞선 난 여자팀장을 맡았고, 그렇게 함께했다.
<사진설명: 한강유람선에서 단체 사진 한 장>
첫 번째 ‘유람선 타기’. 그때 함께한 친구는 효섭이였다. 나를 ‘제일 예쁜 누나’ 라고 가르치며 효섭이에게 오늘 우린 배를 타러 갈 거라고 말했다. 그림을 그려 설명해주고 배운 대로 끊임없이 말을걸고.. 그렇게 버스에서 ‘배’ 라는 단어를 20번정도 말해주니 그 다음부턴 ‘효섭아 우리가 오늘 타러가는게 뭐지?’ 하면 바로, ‘배!!’ 하고 나왔다. 그리고 탄 유람선, 답답한 1층보단 확 뚫린 2층을 좋아하던 아이덕분에 함께 시원한 바람을 맛볼 수 있었고, 주변사람들의 배려로 의자에 앉아서 편하게 하늘과 강을 바라볼 수 있었다.
효섭아 누나 이름이 뭐지? -혜...미
누가 제일 예뻐? -누..나..
저거 파란색~ 저게 뭐야? -물!
응. 물. 근데 여긴 어디지? -강!
그렇지! 그럼 우리가 강에서 탔던것은 뭐야? -배!!!
배야? 자동차 아니야? 버스 아니야? -아니야 배!!
잘했어! 하이파이브!
<마을 제일 높은 곳에서 찍은 단체 사진 모두들 즐거 웠습니다~!!>
두 번째 ‘경남 통영으로 1박 2일’. 사실 나 자신도 걱정을 많이 했던 프로그램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손길로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해도 녹초가 되어서 다음날 내내 잤는데, 1박 2일이라니. 그렇지만 그만큼 통영은 아이들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 날 함께한 아이는 유진이. 어딜가나 내 손을 꼭 잡아주던 그 아이와 지하철-KTX-기차-버스를 탔고, 그림도시를 구경했으며 바비큐를 먹었다. 지금생각해보면 유진이 에게 너무 미안하다. 나는 내 스타일대로 유진이가 마치 남자아이 인 것처럼 강하게 대했고, 말이 많다던 유진이는 버스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낯선곳으로 가기까지 다양한 교통수단을 체험해보고 그곳에서 새로운 것들을 구경해보고.. 이러한 ‘혜택’ 을 받는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우리나라에 얼마나될까- 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운이 좋은 아이들이야’ 싶으면서도, 안타까움은 어찌할 수 없었다.
<정말 예쁜 동피랑 마을~^^ 그곳에서 개구지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아동들>
이제 13살이 될 이 아이의 손을 언제까지나 누가 잡아줄 것인가. 그러나 내가 안타까움을 갖고 아이들을 바라본다는 것이 더 아이에게 좋지 않을것같아서 매 상황에 ‘내 동생’ 이라는 생각으로 엄격히 대했는데, 나때문에 더 즐기지 못한것 같아서 미안한 마음 뿐이다. 이번 1박2일 프로그램은 아이들 특성을 고려하다보니 중간 중간에 지체하는 시간이 길어졌는데, 어쩔 수 없이 프로그램들을 변경하는 일이 이어졌었다.
그러다보니 아이가 ‘다음에 뭐할 거야?’ 라고 물어볼 때 계속 다른 말을 해야 했던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후에 1박2일을 그것도 봉사경험이 부족한 우리 20명과 함께 떠난 것은 이례적인 이야기이고 시도였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시도가 계속 이어나가길 바랄 뿐이다. 아이들이 추억할 수 있는 최선의 방향으로.
<사진설명: 김정근아동이 누나와 함께 옷을 고르고 있는 모습>
세 번째 ‘쇼핑하기’. 흔히 ‘쇼핑’ 이라고 하면 그냥 나가서 사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기에 이 프로그램에서는 처음에는 의문이었다. 그러나 곧 깨달은 사실, 내가 나에게 주어지는 일상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것. 나야 돈 있고 마음 있으면 물건을 사는 게 당연한 일이었지만, 이 아이들에겐 소통이 노력 없이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나 역시 어렸을 때 엄마가 돈을 쥐어주면서 가게에서 콩나물 사오라고 하면 얼마나 떨었던가. 이날 난 어릴 적의 마음을 되짚으며 아이와 신발사기 미션에 들어갔다. 미션(?)은 간단했다. 주어진 가격으로 아이가 원하는 신발을 사는 것- 그것이 다였다.
그리고 난 철없게도 그게 쉬울 거라 생각했다. 우리가 갔던 곳이 생각보다 작아 선택의 폭이 좁던 게 아쉬웠지만 신발사고 환한 미소를 보여주었던 아이를 생각해보면 내가 학점에 치여 잠시 잊고 지내던 미소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이렇게 프로그램이 거의 끝나갈때쯤 나는 배우고 있었다. 그 미소를.
< 전체 사진 찰칵>
그리고 오늘,
마지막 프로그램. ‘놀이공원가기’
평소의 나였으면 자유이용권이니 많이 타야한다며 이것저것 다 탔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승가원에 가며 했던 생각은 이 아이들에게도 놀이기구의 ‘숫자’ 가 중요할까라는 것이었다. 옛날에 어린왕자에서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는 글을 읽었다.
그래서 마지막인 만큼 내 욕심을 줄여 놀이공원에 대해 보여줘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승가원에 갔다. 함께한 아이는 나와 1박 2일 함께 통영으로 갔던 짝꿍 유진이. 이름을 듣는 순간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사실 지난 프로그램때 많이 반성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저 ‘내 동생’ 이라고 생각해 엄격히 대했던 것이었는데, 이게 그 아이의 소풍을 기분 좋게 이끌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싶었기 때문이다. 물론 잘못에는 엄격히 대해야하지만 이번에는 스타일을 바꿔서 유진이를 이해하며 대하기로 했다. 기분 좋은 분위기를 유지해 더 기분 좋게 만들고, 혹 아이가 제멋대로 하려고 할 땐 시간이 걸려도 상황과 나의 기분을 이해시키려 했다.
물론 따끔하게 한마디 하는 것보단 힘들었지만 놀이공원 내내 아이의 미소를 볼 수 있다는 행복이 나를 덜 지치게 만들었다. 이렇게 우리가 탄 놀이기구 수는 4개. 겁이 많은 아이 때문에 더 많은 것을 타진 못했지만, 내 생각에 유진이는 놀이기구보단 놀이공원을 구경하고 보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았다. 퍼레이드에 눈길을 떼지 못하던 아이를 보며 나 또한 생전 보지 않던 퍼레이드를 구경했고 함께 사진을 찍고 교환했다. 그리고 버스 안. 마지막 프로그램이라는 것 때문인지 다른 친구들이 아이들에게 이별을 말하는 소리들을 들을 수 있었다.
<미니 범퍼카 타는 중 부릉부릉~~>
이게 마지막이야.
앞으로 얼굴보기 힘들 거야.
하지만 무슨 말인지 모를 아이들은 그저 웃기만.
그리고 내옆의 천사는 피곤했는지 잠만 자고.^^ 다행히 추억을 기억할 수 있는 사진을 교환했기에 나는 이 아이의 미소를 평생 기억할테지만, 이 아이가 나를 기억해 줄 수 있을지- 그건 모르겠다.
아마 이건 욕심이겠지. 그래도 오늘. 오랜만에 만나 ‘언니 기억해?’ 했을 때 쑥스러운 미소로 ‘네’ 해줬을 때 어찌나 고마웠는지. 비록 시간이 지나 사진을 잃어버리고, 나를 기억 못한다고 해도 내가 기억할 것이기에 욕심은 그만 부려야겠다.
버스에서 내렸을때, 유진이를 비롯해 다른 아이들까지 늘 그랬던 것처럼 ‘안녕~ 또 봐’ 하며 인사했다. 내가 내일을 그리고 매일을 살아갈 것이기에 마지막이라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 그저 다음만남을 기약하고 싶을뿐.
승가원의 천사들, see 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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