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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하는 것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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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태희
조회 : 2,324회
작성일 : 10-05-1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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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원에 다닌 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처음 방문하기로 한 날, '잘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할까?' 하는 생각에 잔뜩 긴장을 했던 일이 생생하다. 이전에 봉사경험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봉사를 시작하기로 한 나의 결심이 위선은 아닐까하는 마음이 가장 염려스러웠다.

이런저런 걱정을 뒤로한 채 성일이를 만나게 되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 낯설 법도 한데 환하게 웃으며 곧잘 따르는 성일이를 보면서 긴장했던 마음이 놓이기 시작했다. 금요일 오후, 별님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선생님!!하면서 해맑은 웃음으로 반겨주는 성일이 덕분에 한 주가 즐거웠다.

물론 항상 웃을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한 시간이라는 시간은 아직 집중력이 부족한 성일이에게 조금 벅찼던 것이다. 그 날 기분에 따라, 몸 상태에 따라 학습태도가 들쭉날쭉 하고는 했다. 말을 건네도 대답을 하지 않거나 눈을 피하고, 책상에 엎드려 꿈쩍도 하지 않기도 했다. 그런 날이면 내가 누군가를 가르치기에는 많이 부족한 건 아닐 지, 나의 방문이 성일이에게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건 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성일이가 할 수 있는 게 10만큼 있다면 그만큼을 꽉 채워주도록 해야 하는 건데, 나도 모르게 100만큼 해내기를 바랐던 것 같다. 남들보다 조금 느리다는 것을 간과했던 것이다. 그래도 성일이가 바나나가 노란색이고 사과가 빨간색이라는 따위의 작은 것을 하나하나 알게 될 수록 정말 기분이 좋았다. 특히 성일이가 1부터 10까지의 숫자를 셀 수 있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 다음이 11, 12, 13…….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을 때 느꼈던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천천히 이렇게, 언젠가는 모든 걸 다 알 게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들었다고 할까.

아직까지도 잘 하고 있는 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일단 해보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이다. 봉사를 해야겠다는 마음이 위선이 아닐까 하는 걱정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세상이 이렇게 순수한 얼굴들이 있다는 것도, 느리지만 행복한 삶이 있다는 것도 깨달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고려대학교 수학과 전미현 자원봉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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