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봉사란 베풂이 아니라 사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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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9-17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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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속해 있는 고려대학교 로타랙트에서는 매주 수요일마다 승가원을 방문하여
언어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대상으로 구강 촉진 마사지를 하고 있습니다.
구강 촉진 마사지는 아이들이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얼굴근육을 자극해 주어서
아이들이 좀 더 말을 많이 하고 얼굴근육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사지입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마사지를 많이 해 줘야지’하는 생각으로 다가갔다가 거부당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싫어하기도 하고, 마사지가 서툴러서 아이가 겁을 먹는 일도 있었습니다.
구강 촉진 마사지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간단한 동작들로 아이들의 입 주변이나
볼, 이마를 만져주면 그만인 것을 처음에는 그렇게 어색한 게 없었네요.
그러나 아이들과 친해지고 점점 서로 얼굴을 익혀가면서 아이들의 이름도 불러주고 같이 농담도
주고받으며 구강마사지를 아이와 소통하는 한 가지 수단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마사지가 잘 안 되는 날은 마사지용 비닐장갑을 가지고 놀기도 하고 요즘 있었던 일을 조곤조곤
얘기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일주일에 한 번씩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가는 것이
저의 활력소가 되어 많은 것을 얻어가는 매일입니다.
저는 작년 가을부터 승가원에서 봉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구강마사지를 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들어서부터 입니다.
저는 소윤이라는 아이와 매주 구강마사지를 진행하는데요, 소윤이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어른스럽고 마사지도 잘 받는 편입니다. 그러던 소윤이가 어느 날 손을 뻗어 저의 얼굴에
마사지를 해 주는 흉내는 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 후부터는 매주 소윤이에게 마사지를 해 주면서
동시에 소윤이로부터 마사지를 받는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소윤이고 소윤이가 제가 됩니다. 서툰 동작으로 저를 마사지해주는 소윤이, 그 때 저는 소윤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눈을 맞춥니다.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쳐다보며, 소윤이와 저는 매주 조금씩 조금씩
친밀감을 느낍니다. 소윤이와, 또 승가원의 아이들과 구강마사지를 하면서
이 아이들이 내 동생-저는 동생이 두 명 있습니다-과 다르지 않구나.
오히려 더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사(捨)무량심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마음은 ‘이 아이들은 평범한 아이들이야! 차별하면 안 돼!’라는 강한 의지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이 귀여운 아이들과 접하다 보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이 아이들의 장애를 잊고
사(捨)무량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과 저희는 비록 온전히 문장을 구사해서 소통하지는 못하지만 구강마사지를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을 합니다. 장애를 가진 아동들은 제가 하는 말을 전부 알아듣습니다.
제가 하는 말에 하나하나 반응해주고 웃어줍니다. 게다가 ‘휴지는 저기 있어요’라든가 ‘
누구누구가 말썽을 피우고 있어요’와 같은 손동작을 하며 오히려 저를 도와주고 가르쳐줍니다.
봉사활동을 하러 온 건지 방해를 하려고 온 건지…….
항상 웃어주며 수요일마다 우리를 맞아주는 아이들의 얼굴을 볼 때마다 내가 지금
이 아이들에게 베풀고 있다는 마음보다도 나를 좋아해주는 사랑스러운 친구를 만나는 느낌입니다.
진정한 봉사란 ‘베풂’이라기보다는 ‘사귐’이라고 생각합니다.
‘베푸는’ 것은 내가 상대방보다 뛰어나다는 마음을 가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진정한 사(捨)무량심을 지닌다면 상대방과 동등한 관점에서의 ‘사귐’이 진정한 봉사활동의
의미임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이 사람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를 돕는 것을 당연하게
여길 때 나는 그에게 ‘베푸는’ 것이 아니라 그와 깊은 ‘사귐’을 하고 있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지은 ∣ 고려대학교 국어국문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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