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사업소개

소식마당

참여공간

직원공간

기관소개

그룹홈

그룹홈 소개

승가원행복마을

자원봉사게시판

f8ec37622e80f9ac8629f594ecdc4b8c_1615162695_2782.png

아름다운 마지막 완주를 위해서....

페이지 정보

작성자 : 다드림
조회 : 1,901회
작성일 : 09-11-03 15:43

본문

아름다운 마지막 완주를 위해서

광남중 3 - 5 송혜연

영화 말아톤을 본 적 있는가? 말아톤의 주인공 초원이는 자폐증을 앓아 지능이 5살 소년에서 멈춰버린 20살 청년이다. 그런 그가 잘하는 것은 바로 달리기! 초원의 어머니는 그런 초원의 재능을 알아차리고 그를 꾸준히 훈련시킨다. 그리고 유명한 마라토너 정욱이 음주운전으로 사회봉사 명령을 받게 되자 그를 설득시켜 초원을 가르치게 한다. 그리고 결국 초원은 마라톤을 완주한다.

이것은 내가 몇 년 전 본 영화 말아톤의 줄거리다. 당시의 나에겐 무척이나 생소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나는 이번 봉사를 가기 전 까지 그 내용을 완전히 잊고 지냈다.

처음 장애인복지시설로 봉사를 간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한숨부터 나왔다. 당연하다는 듯 이어지는 아이들의 반발. 그래도 어쨌든 시간은 흘러 우리의 봉사활동 날이 다가왔다. 장애인 복지 시설 승가원에 도착하기까지 나는 마음속으로 약간의 조롱을 머금고 있었다. 별로 관심도 없는 장애인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듯 한 그들이 있는 곳에 가는 것이 딱히 반갑지는 않았던 것 이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친구들과 철없이 웃으며 승가원에 들어갔다.

입은 그렇게 웃고 있었지만 조금쯤 긴장한 것은 사실이었다. 이윽고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들어오시고 예상치 못했던 질문을 하셨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장애인이란 무엇입니까?”

아무도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한명 한명 지목해 나가는 아이들의 대답은 거의 다 비슷했다. 육체와 정신이 불편한 사람, 사회 생활에 지장이 있는 사람 등등. 나 역시도 그렇게 대답했다. 그 대답들 중 딱 하나 마음에 드는 대답이 있었다고 사회복지사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셨다. 나는 뭘까 싶었다. 그리고 그 대답은 나에게 쿵 소리나게 충격을 주었다. 그것은 바로

‘우리도 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장애인의 80%는 후천적 요인에 의한 것 이라고 한다.

단지 날 때부터 장애인이 아니었다고...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니. 내가 그들처럼 될 거라고 생각하니 순간 오싹했다. 들어오기 전 그들이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었다고 생각한 것이 우습게 느껴졌다. 다들 조용해진 걸 보면 그것은 나 뿐만의 생각은 아닌 모양이었다.

어쩌면 그 장애인들도 장애인이 되기 전까지는 나처럼 장애인들을 자신과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으로 규정짓고 무신경하게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내일의 일을 모르는 우리는 그들과 같다. 내일의 우연한 사고에 우리도 장애인이 될지 모르는 것이다. 그것을 잊고 있었던 내가 참 부끄럽게 느껴졌다.

선생님은 우리가 조용해진 틈을 타 얘기 하셨다. 그들은 장애를 가진 대신에 우리가 가지지 못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 예로 어떤 자폐증을 앓는 아이들은 암기에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30분을 주면 지하철 노선도를 다 외울 정도라니 대단하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그저 그들은 우리와 삶을 채워가는 방식이 다른 것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어떤 이는 자폐증을 앓는 대신 암기력을 얻은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것은 일상생활에서도 같다. 공부를 안 하는 시간에 놀면 즐거움을 얻는 대신 성적을 포기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등가교환의 법칙은 성립하며 모든 것은 공평한 것이다. 그렇다 해서 그들을 우리와 아주 같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분명 내가 보기에 우리와 다르지만 크게 보면 같다는 것이다.

또한 그들은 그저 무언가를 성취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걸음이 느린 사람일 뿐 이다. 달리기를 할 때 느리다고 해서 비웃는다면 그 사람은 의욕을 잃고 중도에 자포자기해 버리지만 그것을 참을성 있게 지켜본다면 그 사람은 결국 완주에 성공한다. 우리가 할 일은 우리의 비웃음에 그들이 자신의 재능을 썩히지 않고 펼칠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것이다. 만약 초원이의 어머니가 초원이를 부끄럽게 여겨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면 초원이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로 삶을 끝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초원이 어머니 의 자세를 본받아야 한다.

초원이가 마라톤에서 승리를 거머쥔 것은 일등이어서가 아니라 완주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우리가 비웃고 멸시하는 사이 땀방울을 흘리며 자신만의 레이스를 달리고 있는 우리와 같은 사람들인 것이다. 휠체어를 타든 맹인용 지팡이를 의지하든 우리는 그들을 경멸할 수 없다. 그것은 그들이 살아가는 방식일 뿐 이니까. 그리고 그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아름다운 마지막 완주를 위해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