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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의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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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꽃돼지♡
조회 : 2,411회
작성일 : 10-03-22 15:03

본문

< 하룻밤의 나들이 >

진상이에게서 배운 것들

3월13일 토요일 오후. 나는 여느 때처럼 진상이를 데리러 승가원에 도착했다.

정상적인 아이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진상이를 오늘은 우리 집에서 재우기 위해 외출신청을 하는 날이다. 벌써 여러 번이다보니 진상이도 나를 보면 제법 반겨 하는 모습이 얼마나 귀엽고 소중한 지 모른다. 진상이를 데리고 외출했다. 승가원 부근 편의점에서 진상이가 좋아하는 과자와 음료수를 고르게 했다.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진상이는 하얀 피부에 웃는 모습이 너무나 천진난만한 아이다. 성장에 부족함이 있는 진상이가 여러 염려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교에 입학한 것은 특수교육보다 통합교육이 오히려 낫기때문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1학년에 막 입학한 진상이가 다른 일반 아이들과 더불어 자라면서 적응은 잘 할지, 놀림은 받지 않을지 생각이 많다.

입학 선물로 백화점에서 신발을 하나 샀다. 뒷꿈치를 살짝 건드리면 발등에서 불이 반짝반짝 들어오는 신발을 진상이는 신기한 듯 좋아하며 자꾸만 걷더니 이내 피곤해 한다. 진상이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에는 피곤함을 모르는 나는 진상이를 업고 집에 돌아 왔다. 잠시 눈을 붙인 진상이를 씻기고 과일을 먹였는데 새로 산 신발을 다시 신고 집안에서 마구 돌아다니며 계속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진상이, 공동주택이라 신경이 쓰이면서도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진상이의 표정에는 해맑은 미소가 가득 배어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식사시간에는 식탁에 놓인 조그마한 아기 수저 앞으로 알아서 갈 줄 안다. 진상이가 간혹 젓가락을 거꾸로 잡거나 수저를 뒤집어 먹으려 할 때에는 안타까움에 바로 잡혀 주고 싶었지만 스스로 터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귀뜸해 주신 승가원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나 혼자서 해결하도록 기다려 주었다. 저녁 8시쯤에 승가원 선생님께서 별 일 없는지 궁금하다며 전화를 해 주셨다. 갑자기 진상이가 “쉬-쉬-”한다. 화장실로 가더니만 변기를 올리고 용변을 보고는 변기 뚜껑을 내리고 손까지 씻고 나올 줄 아는 모습에서 교육의 중요성과 승가원 선생님의 노고에 머리가 숙여졌다.

진상이는 잠자리가 불편한 지 아니면 마음 어딘가가 허전한 지 밤새 깊은 잠에 들지 못한다. 새벽 1시경에 깨서 바시락 하면서 살짝 깬다. 가슴에 이불로 눌러주면서 토닥거려주었다. 이불깃을 만지작 거린다. 새벽 5시에 혼자 일어나 나에게 “엄마, 엄마” 하며 칭얼거렸다. 나는 마음이 아팠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모두 귀한 생명으로 태어나 부처님의 은혜 속에 살아가야 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마음이 아프고 또 어떤 사람은 몸이 아픈 상태에서 살아간다는 생각이 불현 듯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많은 시간 속에 찰나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과연 언제 행복하고 언제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일까? 아마도 베풀고 나누고 서로 도와주는 모습 속에 행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상이와 지내는 날들을 통해 나는 겉으로는 진상이를 도왔지만 내적으로는 진상이를 통해 내가 깨우치고 배우는 과정에 있지 않은지 나 자신에게 물었다.

밤새 잠을 설친 진상이가 늦잠에 빠진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진상이의 얼굴에 평화로운 미소가 퍼져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평화가 진상이의 삶에 그대로 자리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2010.03.14.

대원 여자 고등학교 3학년 문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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