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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가원의 천사들과 함께하며 부끄러움을 느꼈던(?) 5월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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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다드림
조회 : 2,531회
작성일 : 10-05-19 10:49

본문

승가원의 천사들과 함께하며 부끄러움을 느꼈던(?) 5월의 하루

                                                                봉사자 : 반명현(GKL 그랜드코리아레저)

5월 11일… 저는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습니다. 내일 12일은 승가원의 아이들을 처음 만나는 날. 어떤 아이들과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 봉사활동을 많이 다녀보지 않은 저는 걱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왔습니다.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은 또 다른 걱정을 낳습니다. 인터넷에서 승가원이 어떤 곳인지를 찾아보기도 하고, 방송 자료를 내 아이폰에 담아 조용히 귀에 이어폰을 꽂아 숨을 죽이고 보기도 합니다. 나는 이렇게 처음 승가원 친구들을 화면으로 만났습니다.

회사에서 승가원 봉사를 간다고 했을 때, 선배의 권유로 함께 가게 되었고, 그렇게 참여한 봉사활동에서 내 짝꿍 보윤이를 처음 만났을 때에 넘치는 호기심으로 사부작대고 다니는 여느 어린 아이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차로 이동하던 때에도 제 손을 꼭 붙들고 잘 걸었습니다. 핑크색 가방을 매고, 핑크빛 운동화를 신은 보윤이와 핫핑크 리본 머리핀을 하고, 핫핑크 케이스르 입힌 아이폰을 손에 꼭 쥐고 있던 저… 제가 볼 때는 꽤 어울리는 한 쌍이었습니다.

보윤이가
<사진설명: 보윤이가 가방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버스 안에서도 별 말 없이 창가를 바라보던 보윤이와 저는 가방의 자석을 떼었다, 붙였다 하는 단순한 동작에도 깔깔거리고, 소리를 질러대며 웃기에 충분한 동심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파주에 있는 헤이리까지 가서 밥을 먹게 됐습니다. 지금껏 봉사활동을 가면, 해당 시설 측에서는 장애 아동들과 저희 봉사자들이 함께 밥을 먹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조금 불편한 친구들이 먹으며 어쩔 수 없이 흘리게 되는 모습을 우리가 함께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는데, 함께 손을 잡고, 각자 짝꿍끼리 한 테이블에서 밥을 먹게 됐습니다. 진짜 ‘함께’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었지요. 제 짝꿍 보윤이는 휠체어에 앉아있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혼자 움직이는 모든 활동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제가 해주는 것 없이도 밥을 너무 잘 먹었습니다. 그런데, 웃긴 일이 있었습니다. 며칠 다이어트 하느라 먹는 양이 줄어있던 제가 밥을 잘 먹지 않자, 보윤이가 제 입으로 가져가던 새우볶음밥이 담긴 숟가락을 저에게 내밀었습니다. “보윤아, 언닌 괜찮으니까 보윤이 많이 먹어.” 라는 제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팔을 더 쭉 내밉니다. 보윤이도 저처럼 고집이 있나봅니다. 저는 고맙다는 말과 함께 입을 벌려 받아먹습니다. 보윤이를 먹여주기도 전에 제가 받아먹었습니다. 혹시 이런 봉사자분 계신가요? 저는 밥을 먹으면서 다른 분들께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밥을 다 먹은 후 보윤이와 사진도 찍고, 가벼운 산책도 하고, 미술활동을 하며 기다리는 동안에도 같이 노래와 율동을 하며 깔깔거리며 놀던 시간이 이 날 하루만큼은 저도 ‘어린이’로 돌아간 기분이었습니다. 막내 동생과 10살 터울이라 아기 돌보기에 익숙한 저는 보윤이와 함께하는 동안 ‘오랜만에 어린이의 웃음과 애교에 웃어보는구나’ 생각했습니다.

헤이리마을에서
<사진설명: 헤이리마을에서 보윤이 모습>

하루 일정을 마치고 승가원에 돌아갈 때 보윤이와 ‘가방 자석놀이’를 하던 저는 그만 잠이 들어버렸고, 어느새 눈을 떠보니 승가원에 다 닿아가고 있었습니다. 보윤이도 자고 있으려나 고개를 돌려보니 아직도 조용히 가방이랑 놀고 있습니다. 너무 예뻐서 정말 꼭 안아줬습니다. 승가원에 도착해 버스에서 일등으로 내린 우리는 승가원을 향해 먼저 걸어갔습니다. 보윤이가 못 알아들을지도, 제가 한 말의 겨우 일부만 받아들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혼자 떠들었습니다. 

 “보윤아, 나는 오늘 하루 종일 진짜 재미있게 놀았어. 보윤아, 순하게 나랑 웃으면서 잘 놀아줘서 고마워. 근데, 보윤이 내가 다음에 또 와도 나 알아봐 줄 거야? 보윤이 너가 나 못 알아보면 나 속상할 것 같아.”
말을 끝내고 걸음을 멈춘 채 보윤이를 쳐다보니 씨익 웃습니다. 저도 웃었지요.
승가원에 들어가서 계단을 오를 때 마지막으로 한 번 업어주겠다고 하니 보윤이는 뛸 듯이 좋아합니다. 이제 승가원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헤어질 때 안아줘야지 생각했는데, 웬걸요? 보윤이는 승가원의 ‘엄마’를 보자마자 냅따 뛰어서 들어가버립니다. 너무 쿨하게 가버린 그녀지요.

보윤이의 ‘엄마’와 멋쩍은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서 나오는데, 드는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제가 어제 저녁 걱정하던 그 순간 제 동생이 그랬습니다.
 “언니, 지금은 이렇게 걱정하지만, 내일 갔다 오면, 분명 그 걱정이 부끄러워질 거야.”라고요.

어디로
<사진설명: 어디로 가고 있는 모습>

저는 오늘 승가원의 천사들과 함께하면서 참 부끄러웠습니다. 뭐가 무서워 그리도 걱정을 했는지가 우스웠습니다. 항상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틀린 것은 아니다’는 말과 생각으로 타인을 이해하고자 했던 제가 혹시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틀린 점이 있는 것이라 착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반성해봅니다. 집에 들어오는 길에 다시 아이폰을 들여다보며 승가원 천사들이 나왔던 그 TV프로그램을 봅니다. 우리 보윤이도 깜짝 출연을 했었네요. 보윤이의 모습이 보이는 그 부분을 돌리고, 또 돌려봅니다. 우리 언제 또 만나지? 이제는 기다립니다. 천사들을 또 만날 그 날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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